Notes

돈과 시간을 잃고 만든 기준

운영하면서 반복해서 확인하게 된 것들을 짧게 정리해 둡니다. 정답이라기보다 제가 쓰는 기준입니다.

  • 실제 운영에서 확인한 것만 적습니다
  • 잘된 사례보다 판단 기준 위주
  • 수치는 공간마다 다르므로 구조로 씁니다

NOTE 01

매출 화면 대신 손익표를 먼저 보는 이유

숙박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게 플랫폼 매출 화면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숫자가 크게 찍히니까 뭔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그 화면에는 임대료가 빠져 있습니다. 청소비도, 플랫폼 수수료도, 소모품비도, 고장 났을 때 부른 기사님 비용도 없습니다. 저는 두 번째 공간을 열고 나서야 지점별로 원가를 다 넣은 표를 만들었는데, 그때 한 지점이 몇 달째 마이너스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매출은 커지는데 통장은 그대로인 상태가 가장 위험합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도 같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새 공간을 검토할 때 매출 예상보다 원가 목록을 먼저 만듭니다. 원가를 다 적고 나서 남는 자리가 있으면 그때 매출을 얹습니다.

표를 만드는 데 하루면 충분합니다. 그 하루가 몇 달치 손실을 막습니다.

NOTE 02

완전 무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이유

무인 운영, 100% 자동화라는 표현을 자주 봅니다. 저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고, 상당 부분은 실제로 됩니다. 예약 확정 안내, 체크인 정보 전달, 후기 요청 같은 건 사람이 손댈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예외 상황입니다. 새벽에 물이 샜다는 연락, 옆집에서 시끄럽다는 민원, 도어락이 안 열린다는 전화, 손님이 물건을 망가뜨린 상황. 이건 자동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반드시 생깁니다.

무인이라고 말해두면 그 순간이 왔을 때 대응이 늦습니다. 아무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로 합니다.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지점을 먼저 정하고, 그 자리에 담당자와 연락 순서, 처리 시간을 적어둡니다. 나머지를 자동으로 넘깁니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 손이 가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예외가 생겼을 때 무엇을 할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요.

NOTE 03

에어비앤비가 답이 아닌 공간

숙소를 시작하겠다는 분들은 대부분 에어비앤비를 전제로 물어보십니다. 그런데 제가 운영하는 여섯 곳 중 에어비앤비로 돌리는 건 두 곳뿐입니다.

홍대와 상수는 주 단위 중기 임대로 운영합니다. 하루 단가는 낮지만 비는 날이 적고, 청소가 훨씬 덜 들어가고, 손님 응대도 적습니다. 계산해 보면 단기보다 남는 게 많은 달이 자주 있습니다.

합정은 쉐어하우스입니다. 여기는 숙박이라기보다 사람이 사는 집을 관리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규칙과 선별이 운영의 전부입니다.

무엇이 맞는지는 공간이 정합니다. 면적, 방 개수, 주변에 뭐가 있는지, 계약 조건이 어떤지, 허가상 어떤 형태가 가능한지를 보면 대체로 답이 좁혀집니다. 그걸 안 보고 채널부터 정하면 잘 안 됩니다.

NOTE 04

청소가 수익을 좌우합니다

후기 점수가 떨어지는 이유를 추적해 보면 대부분 청소로 갑니다. 머리카락 하나, 배수구 냄새, 덜 마른 수건. 손님은 그걸 인테리어보다 훨씬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그런데 청소는 비용 쪽에서도 가장 큽니다. 특히 작은 공간일수록 그렇습니다. 회기 원룸을 운영해 보면서 확인한 게 있는데, 면적이 작으면 임대료는 줄어도 청소 한 번 값과 비품비는 크게 줄지 않습니다. 1박 단가가 낮은데 청소비가 그대로면 구조가 안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를 운영의 곁가지가 아니라 중심에 둡니다. 누가 언제 들어가는지, 무엇을 확인하는지, 끝나고 어떤 사진을 남기는지, 비품이 떨어지면 누가 채우는지를 눈에 보이게 만듭니다.

청소가 정리되면 후기가 안정되고, 후기가 안정되면 예약이 안정되고, 예약이 안정되면 가격을 올릴 수 있습니다. 순서가 그렇습니다.

NOTE 05

후기는 결과지 목표가 아닙니다

후기 점수를 올리는 방법을 묻는 분이 많습니다. 답을 드리자면 후기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후기가 나빠질 이유를 없애는 것이 방법입니다.

나쁜 후기의 상당수는 실망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실망은 기대와 실제의 차이에서 생깁니다. 사진에는 넓어 보였는데 좁았다, 조용하다고 했는데 시끄러웠다, 주차가 된다고 했는데 자리가 없었다. 숙소가 나쁜 게 아니라 설명이 정확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리스팅 문구를 쓸 때 단점을 숨기지 않습니다. 계단이 있으면 있다고 쓰고, 역에서 도보 몇 분인지 정직하게 씁니다. 이렇게 하면 예약은 조금 줄지만 맞지 않는 손님이 걸러집니다. 결과적으로 후기가 안정됩니다.

후기를 목표로 삼으면 손님에게 부탁하게 되고, 그건 오래 못 갑니다.

NOTE 06

지점을 늘리기 전에 확인하는 것

한 곳이 잘되면 늘리고 싶어집니다. 저도 그랬고, 그래서 한 번 크게 데었습니다.

늘리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지금 이 한 곳이 나 없이도 돌아가는가. 내가 매일 붙어 있어서 잘 되는 거라면, 두 곳이 되는 순간 둘 다 무너집니다. 시간은 두 배로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 공간을 보기 전에 지금 공간의 문서 상태를 먼저 봅니다. 응대 문구가 정리되어 있는지, 청소 절차가 남에게 넘길 수 있는 형태인지, 손익표를 매달 같은 방식으로 채우고 있는지. 이게 안 되어 있으면 늘리는 걸 미룹니다.

그리고 하나 더. 새 공간이 같은 모델일 필요는 없습니다. 단기 숙박 지점이 잘된다고 다음도 단기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성격이 다른 모델을 섞으면 한쪽이 비는 시기를 다른 쪽이 받쳐줍니다.

이런 이야기를 그 공간에 맞춰 해드립니다.

일반론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계신 공간을 놓고 이야기할 때 훨씬 정확합니다.